
1945년 2월, 일본 제국주의의 패망이 눈앞에 다가온 시점을 배경으로 한 영화 '731'이 2025년 1월 21일 개봉했습니다. 관동군 방역 급수부 731 부대의 잔혹한 인체 실험을 다룬 이 영화는 중국 본토에서 큰 흥행을 기록하며 반일 감정을 고조시켰습니다. 10년 넘게 자료를 수집한 자인상 감독의 역사적 고증에 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영화로서의 완성도와 방향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역사 고증의 명암과 731 부대의 실체
자인상 감독은 10년 넘게 731 부대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며 역사적 고증을 철저히 신경 썼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영화는 국내에서 '마루타'라는 제목으로 개봉한 흑태양 731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역사적 고증이 잘 반영된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이시이 시로 부대장이 기밀 유지를 위해 세뇌하기 쉬운 일본군 소년병 소속 손영들을 731 부대에서 근무시켰던 사실을 영화에 반영하려 했으나, 중국도 아역 배우 보호 제도가 강화되면서 소년병 대신 731 부대 경비 업무를 수행했던 청년 의용대를 등장시켰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마루타들의 수용 시설 묘사입니다. 김채우의 필름 찍기 채널에서는 수용소가 너무 쾌적하고 깔끔하다고 지적했는데, 실제 역사 기록을 확인해 보면 이러한 묘사가 정확한 고증임을 알 수 있습니다. 마루타들의 수용 시설은 일반적인 포로수용소들과 다르게 정확한 연구 데이터를 위해 마루타들에게 고단백 식사를 제공했고 위생을 철저하게 신경 썼습니다. 수용 시설의 청소와 소독이 엄격하게 이루어졌으며 1940년대로서는 보기 드문 수세식 화장실과 환기 시설을 갖췄다고 합니다. 영화는 조선과 러시아, 중화민국 등 다양한 국적으로 구성된 마루타들의 국적을 실제 역사처럼 다양하게 설정했습니다.
영화는 1945년 2월 미해병대가 이오지마의 수리바치산에 성조기를 꽂으며 일본의 패전이 확실해진 시점을 배경으로 합니다. 관동군 방역 급수부 731 부대장 이시이 시로 중장은 야전에서 편하게 사용 가능한 소형 정수기를 개발한 유능한 군의관이었습니다. 그는 관동군 사령부와 일본 육군성에서도 극소수의 인원만이 알고 있던 731 부대의 인체 실험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한 세균전만이 일본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주장하며 뉴욕과 모스크바에 세균 폭탄을 대량으로 투하하는 밤에 벚꽃 작전을 준비하도록 지시합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과 실제 존재했던 세균전 계획까지 영화는 충실히 반영했습니다.
군함도 표절 논란과 서사 구조의 문제점
영화 '731'은 비슷한 시기에 벌어진 일제 강제노동을 그린 한국 영화 군함도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서사 구조를 보여줍니다. 군함도의 주인공이 악단장이었던 것처럼 영화 731에서는 마술쇼 같은 것을 보여주는 재주꾼들이 주요 캐릭터로 등장합니다. 항일 영웅 왕지향을 사칭하며 사기를 치고 다니던 주인공 왕용장은 일본군 정수기를 훔쳐 하얼빈에서 외국인들에게 팔려고 하던 중 용장을 진짜 왕지향으로 착각한 일본군들에게 체포되어 731 부대가 위치한 핑팡 지구로 향하는 열차에 태워집니다.
탈출 과정의 전개 방식도 군함도와 매우 유사합니다. 용장은 일본어와 러시아어를 알아들을 수 있어 지켜보던 이마무라 가소자로부터 일반 마루타들과 다르게 청소나 식사 당번을 하는 부역을 맡게 됩니다. 이마무라는 용장 이전에 부역을 맡던 세르게이처럼 때가 되면 풀려나고 다른 마루타가 그 자리를 채우게 될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용장은 동포들에게 매국노라고 욕을 먹어도 언젠가 세르게이처럼 자유의 몸이 될 것이란 희망을 품었지만, 자료실에 있는 필름을 보고 사실 세르게이는 풀려난 것이 아니라 세균 가스 실험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다른 마루타들과 함께 탈출을 계획합니다.
이러한 구조는 군함도에서 미국 전략사무국과 협력하는 광복군 박무영이 등장하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의 영향 때문인지 영화 731에서는 미제 승냥이가 자본주의 돼지들과 붙어먹는 낯짝이를 등장시킬 수 없어 주인공을 일본 낯짝비로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실제 역사처럼 마루타들의 국적을 다양하게 설정했지만, 1943년에 작곡된 '공산당이 없으면 중국도 없다' 같은 노래가 나오는 것은 주선율 영화들의 인기가 시들면서 중앙선전부에서 일본에 증오의 화살을 돌리며 방향을 바꾼 최근 트렌드와 어긋나기 때문인지 러시아 소녀가 소련 군가인 '성스러운 전쟁'을 부르는 것으로 대체된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이 곡도 독소 전쟁 초기에 만들어진 곡이라 본작에 나오는 것이 매우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줍니다.
흑태양 비교와 영화적 완성도의 한계
영화 '731'은 역사적 고증을 철저히 지켰다는 것과 잊지 말아야 하는 역사를 다뤘다는 것을 강조하고 만주 사변이 일어난 9월 18일에 개봉했습니다. 그러나 똑같이 항일전쟁 승리 8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난징 사진관처럼 일본의 악행들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며 애국심과 역사 인식을 고취시키지도 않고, 본격 중국 람보가 등장하는 주선율 영화들처럼 중뽕 가득한 액션 블록버스터도 아닙니다.
어릴 때 흑태양 731을 보고 나서 당시엔 보기 힘들 정도로 잔혹한 묘사가 충격적이었는데, 한편으로 영화로서의 완성도는 형편없었지만 영화 731은 흑태양이 쉰들러 리스트로 보일 정도로 훨씬 심각합니다. 영화는 흑태양과 다르게 731 부대의 생체 실험을 제대로 보여주지도 않으며, 마지막 부분에 탈출을 계획하기 전까지 주인공 왕용장이 일본군 여자 장교 이마무라에게 알랑방구 똥꼬쇼를 하다가 한 번씩 대들고 혼나는 것을 계속 보여줍니다. 마침내 정신 차리고 마루타들과 함께 탈출을 결심했을 때 731 부대를 다룬 영화라는 것을 스스로 깨달았는지 벼락치기하는 대학생 마냥 생체 실험들을 몰아서 보여줍니다.
15세 관람가를 받은 것이 화제가 되었던 것과 다르게 분명히 15세 치고는 잔인한 장면들이 있긴 하지만 흑태양과 비교하면 애교 수준에 불과하고, 생체 실험 때문이 아니라 그냥 이상한 이유로 고화가 나온다는 점이 매우 이상합니다. 중앙선전부와 핑핑이가 이 영화를 보고 감독과 제작진들을 인체의 신비전에 전시하려고 했으나 의외로 크게 흥행하며 본인들이 의도한 선전 효과가 먹혀서 그냥 놔둔 것이 아닌가 하는 뇌피셜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역사적 고증을 철저히 살린 것을 강조하며 홍보했으나 731 부대에서 생존한 피해자들이 보고 불쾌감을 느끼진 않을까 걱정되었으며, 중국 중앙선전부의 프로파간다 같지도 않고 731 부대의 만행을 고발하는 역사극도 아닌 이상한 영화라고 느껴집니다.
아쉬움 가득한 영화..역사적 사실은 잊지 말기
역사적 내용을 영화로 만든 '731'을 통해 일본의 침략전쟁으로 중국과 유럽, 대한민국 등 전쟁포로들이 '마루타'라는 인체실험을 통해 고통받았던 슬픈 현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엔딩크레디트에 나온 731 부대의 책임자는 인체실험 결과를 넘겨주는 조건으로 법적인 형벌을 다 피했다는 점에서도 놀라움을 자아냅니다. 이런 역사적 현실을 주제로 한 영화는 앞으로도 많이 제작되어야 하지만, 본작보 다는 차라리 흑태양 731을 보는 편이 훨씬 낫고, 아니면 731 부대가 등장하는 한국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나 역사 고증에 충실한 편은 아니지만 정현농가의 마루타도 731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됩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dSCYQId-77k